포럼 요약: 고령화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래 글을 지난 2014년 2월 16일부터 3월 21일까지 메리디안 180에서 열린 고령화 국가에서의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포럼을 요약한 글입니다.


-마이클 리(Michael Lee)

2014년 2월부터 3월까지 메리디안 180은 '고령화 국가에서의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포럼을 열었습니다. 이 토의는 홍익대학교 전성인 교수가 제기한 쟁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기본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정치적 통제권은 선거권을 가진 '국민'에게, 자본주의의 경제적 의사결정권은 생산계급, 즉 젊은 생산자 및 임금 노동자들에게 주어집니다. 과거 이 두 제도는 성공적으로 통합되어 생산계급이 정치적 통제권을 쥐는 공정한 체계를 이루었으나, 인구 고령화에 따라 생산하지 않는 '노인/은퇴자 계급'이 이 통제권을 쥐게 되었습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이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공적 연금이나 건강보험 혜택 확장을 위해 젊은이들에게 높은 세금이 징수되고, 뒤따라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젊은이가 늘어나면서 출생률 저하가 가속화되어, 결국 경제와 국가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세대 간 부 이전

토론 참가자들 중 오늘날 여러 사회가 세대 간 부 이전을 겪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회원들은 이러한 부의 이전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지게 되는 부담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비용 문제와 관련해 토마스 라일스(Thomas Riles) 박사(뉴욕대학병원)는 노인의 의료비용이 젊은이의 의료비용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젊은이들의 세금으로 노인들의 의료비용을 충당하는 메디케어(Medicare)라는 보험 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포드(Christopher Ford) 박사에 의하면 미국의 세대 간 부 이전은 라일스 박사나 전 교수가 묘사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포드 박사에 의하면, 오늘날 미국 정부는 미래 세대, 즉 정치적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현 생산계급의 후손들에게서 자금을 빌려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소속 계급에 따라 행동하는가?

포럼 참가자들은 전 교수가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 동의하는 한편, 그의 '생산적/비생산적'이라는 이분법이 과연 사회 현황을 충분히 포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열띤 논의를 벌였습니다. 예를 들면, 김 해리스(Harris Kim) 교수(이화여자대학교)는 '노인' 혹은 '고령자'를 특정한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는 집단이나 특정한 정치 참여 양상을 보이는 집단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연령과 투표율 사이의 관계는 곡선형을 띱니다. 즉 나이든 사람이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특정한 나이까지만 입니다. 또한 에이미 레빈(Amy Levine) 교수(부산 대학교)는 고등교육을 받은 상당수의 한국 젊은이들이 대기업 취업만을 원하며 실업자로 지내는 반면, 많은 노인들은 소위 '3D' 직종에 종사하며 활발한 생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예들에 비추어보건대 사람들의 행동이 반드시 그들의 소속 계급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러한 예들은 어쩌면 '노인/은퇴자'가 일정한 계급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플러 존스(Fleur Johns) 교수(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는 세대 집합들(generational aggregations)이 사람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예컨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육아를 주로 책임지는 젊은 저임금 보육 근로자들과—무보수로 아이들을 돌보는—조부모들은 자신들이 어떤 집단에 속한다고 자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크리스토퍼 포드 박사는 '노령층'이라는 용어가 어떤 고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포드 박사에 의하면 '노령층'의 의미는 도구적인 것으로서, 정부 정책과 같은 외부적 요소에 대한 반응으로서 형성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55세에서 62세의 퇴역군인'이라는 계급 정체성은 2013년 의회가 이 집단을 위한 연금을 감축할 것을 고려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해리스 교수와 에릭 산후안(Eric San Juan) 교수(조지타운 로스쿨)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습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정치 참여도를 경제적 계급 또는 소득이라는 관점에서 측정하는 경우, 연령과 정치 참여도 사이의 연관성은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산후안 교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속 계급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계급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노인/은퇴자 계급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인가?

많은 토론 참가자들은 '노인/은퇴자 계급’의 존재를 가정하더라도 이 계급이 근시안적이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타이쑤(Taisu Zhaing) 교수(듀크 로스쿨)는 제국중국과 민국시기의 중국의 장로정치가 비교적 우수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음을 지적하고, 이 시기 사회정치적 삶을 주도했던 노인들이 후손들의 행복을 희생하며 자신들의 이득을 추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다샤오 교수 또한 많은 노인들이 상속동기를 가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경제의 붕괴를 무릅쓰고 젊은이들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젊은이들 또는 생산계급을 위한 정책에 반대하는 노인들조차도, 상속동기로 인해 젊은이들이 지는 부담을 감소시키는 정책에 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몇몇 참가자들은 세대 간 부 이전이 실질적으로 노인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루크 노타지(Luke Nottage) 교수(시드니 로스쿨)는 일본 범죄자의 상당수가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노인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일본 노인들의 '사회적 자살'을 반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세대 간 부 이전의 수혜자가 단지 "그 수가 점차 줄고 있는 '평생직장' 은퇴자들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 비넨(Leigh Bienen) 교수(노스웨스턴 로스쿨) 또한 미국의 노인들이 '사회적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자녀의 경제적 부담이나 막대한 의료비용에 대한 공포로 인해, 노인들이 혼자 조용히 자신의 죽음을 관리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민주주의인가?

전 교수의 문제 제기는 많은 토론 참가자들로 하여금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이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토론 참가자들의 입장은 다양했습니다. 몇몇 참가자들은 엄격하게 정의된 '민주주의'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왕자궈(Jia-Guo Wang) 교수는 사회 고령화가 어떤 통치 제도의 공정성을 위협한다면 그 제도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라일스 박사는 메디케어의 사례를 들며, 이 제도가 젊은이들에게 무거운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사실이나,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는 노인과 젊은이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라일스 박사의 결론은 적어도 메디케어 운영 방식에 비추어볼 때—즉 정책입안자들이 유권자의 의견보다는 의료산업의 이해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오늘날 미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진화하는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타났습니다. 크리스토퍼 포드 박사는 전성인 교수가 제시한 문제가 제도의 실패, 혹은 민주주의 그 자체의 실패가 아닌, 문화나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표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문제는 민주주의가 아닌 "현재의 사치가 거의 절대적으로 우선시되는 새로운 밈(meme)"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대기업 취업만을 원하며 특정 직종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레빈 교수의 글에 비추어보건대, 한국도 비슷한 문화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결론

포럼 참가자들 중 전 교수가 제시한 문제의 중대성을 부인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사회 고령화 및 생산계급 축소가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포럼에서 나타난 주요 의견 중 하나는 정책입안자들이 이 문제를 단순히 생산자/생산하지 않는 자의 이분법에 기초해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상속동기를 강화시키는 정책이나, 투표를 통해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다양화하는 새로운 정치적 의사결정 절차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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